레이철 시먼스지음 /정연희 옮김
양철북, 2011.02
그들은 어떻게 친구가 되고 왜 등을 돌리는가 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제목에 ‘소녀’라는 단어가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그리 낭만적인 내용이 아니다. 상담을 통해 수집한 집단따돌림이나 대체공격에 대한 사례를 매우 다양하게 제시하고 가시적인 폭력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해서 평화로운 것이 아님을 이야기 하고 있다. 오히려 가장한 평화가 개개인을 어떤 심리적인 상처로 이끌며 문제를 심화시키는지 보여주고 있다. 사례를 중심으로 써서 필요 이상으로 글이 길어지는 느낌도 받았지만, 적절한 분석도 덧붙였기 때문에 읽어볼만하다. 연구 집단을 ‘소녀들’로 한정했지만 나는 범위를 확장해 ‘사회적인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다.
저자 레이철 시먼스에 따르면 관계적이며 은밀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폭력이란 일시적으로 물리적인 것보다 훨씬 파괴적이다. 게다가 관계의 상실이나 고립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피해자 자신이 곧 가해자가 되기도 하면서 싸움의 가담자도, 양상도 모호하게 된다. 진심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조종하고, 피상적인 인기만을 쫓게 되기도 한다.
[페미니즘의 하위 운동에는 관계와 접촉, 양육과 배려를 높이 평가하는 특성 때문에 여성이 사회에 특유하고 현명한 방식으로 접근했다고 보는 입장이 있다. 하지만 인기는 이 현상을 뒤집어 생각하게 한다. 인기를 얻기 위한 경쟁에서 소녀들은 우정을 끊임없는 협상과 계산 활동으로 전환되고, 관계는 형성되는 것만큼 파괴된다. 관계는 이제 단순히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기도 하다.p237]
그녀는 여성이 사회화에서 공격을 표출할 올바른 방법을 배우지 못하고, 표출하지 않는 법만을 배우게 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한다. 질투, 경쟁, 분노 같은 강렬한 감정도 털어놓고, 자신에게 더 솔직해 질 것을 권고하고 있다.
[상처는 세월이 한참 지나도 여전히 생생하고 어리둥절하다. 이들은 왜 주변 사람들이, 가까운 친구들이 분노를 간접적으로, 더러는 경고도 없이 표출해서 그들을 망연히 혼자 자기비난에 빠지게 하는지 묻는다. 중략, 소녀들의 감정 전부를 가치 있게 여기는 사회가 되면 그들도 솔직한 관계에서 우러나오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 없이 살 수 있을 것이다.p.373]
비단 여성뿐만 아니라 통신의 발달로, 관계중독에 빠지거나 말 한마디가 때론 굉장한 파급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현대인들이 읽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자기계발서는 아니지만, 고통을 정당화하는 문화 속에서 올바른 관계를 선택하고 학대적인 관계를 피할 수 있는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비문학은 후기쓰기 어렵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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