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 김춘미 역, 문학사상 2010,
혼자 떠나는 여행
소년 다무라 카프카, 그가 떠난 여행 이야기이다. 그의 여행은 현실적으로 불가함에도 불구하고 소설의 영역에서 끊임없이 현실의 영역으로 상상력을 확장시킨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혹은 새로운 경험의 추가에 따라, 우리들은 수없이 많은 ‘변화의 경계’에 서게 된다. 여행이란 곧 그 수많은 경계를 넘어서서 변화 되어가는 자신을 맞이하는 길인 것이다.
15살 이라는 나이는 소년과 청년의 경계라는 점에서 많은 상징을 가지고 있다고 작가 후기에 적혀있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주인공은 소년 답지 않게 강인한 자아를 가졌고, 언제나 분명하고 뚜렷한 선택을 하고, 결정을 내린다. 그는 소년이라기보다 작가의 연륜에 부합한 경험과 사리판별 능력을 가진 인물이었다. 지나치게 침착하고, 한 경계를 넘으며 당면하는 문제들에 좌절하거나 놀라워하지 않으며 해결책을 찾아간다. 그럼에도 주인공이 소년답지 않았다고 해서 그리 문제 될 것은 없다. 다 자란 어른들도 모두 평생 ‘성장통’에 시달리기 마련이니까. 오히려 나약하지 않은 길라잡이를 세우고 떠나 알찬 여행을 즐겼는지 모른다.
운명이란 불가항력의 굴레를 개인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자기 안에서 재편성해 나갈 것인가. 다무라는 아버지로부터 받은 저주와도 같은 예언, 오이디푸스의 비극이 하나씩 자신의 삶에서 진행 되어 가는 것을 알게 된다. 이야기 전반은 그가 비극으로 이름 지어진 운명을 어떻게 재구성해 나가는가 하는 것이다. 결말 - “너는 잠이 든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너는 새로운 세계의 일부가 되어 있다.” - 다무라가 선택한 길은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공백이 되는 것이었다. 순응하여 따르는 것과는 다르다. 과거에만 머무는 사에키와 현재만을 살아가는 나카타 노인의 괴상한 분절점에서 다무라는 다시 미래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초반에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중반에는 이상한 상징들을 늘어놓는 작가 의도에 대한 의구심으로, 결말은 그야말로 그 모든 것에 대한 해소, 상쾌한 기분을 가지고 책을 읽었다. 그 여운을 가지고 아직 가끔 한 두 장씩 팔랑팔랑~
이 여행을 통해서 내가 얻은 것은 여러 가지 잡다한 서정적 감성이다. (책을 읽고 있으면 알뜰살뜰히 해변과 숲이 있는 풍경화의 퍼즐 조각들을 모으게 된다. 뭐니뭐니해도 여행은 볼거리가 있어야 하지.) 또한 ‘내려놓음’의 미학을 배웠다. 버리지 못한 것들을 짊어지고 힘겨웠던 나는 하나씩 하나씩 두고 나아감으로 일단 하루키 여행의 막장을 읽을 수 있었다. 이제 내 이야기를 쓰기위해 ‘모든 것’이 아닌 ‘그 일부’만을 선택하여 한 발자국을 더 내딛는다. ........ 그리고 이 여행은 시선을 자신에게 돌리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이 소설 속에는 각자의 상처를 안고 그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는 강인한 ‘자아’가 있다. 다무라 뿐만 아니라 누구든지 조금씩 나아진다. 적어도 내가 볼 땐 그렇다. 나도 조금씩 나아질 것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