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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23일 일요일

김종욱찾기-인도에 가고 싶어요

영화9. 김종욱 찾기(2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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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도록 만지작거리는 간직할만한 물건이 있나요. 그런 추억이 있나요. 오래 된 것들엔 애태우지 않아요. 놀랍고 감격스럽지 않은 대신에 다정하답니다. 익숙하다는 건 편안함을 느끼고 마음을 놓게 하잖아요. 첫키스의 기억을 수 백 번쯤 되내었을 때, 날카롭지 않게 되었어요. 그날의 설렘은 둥근면을 드러내고 마음속에서 굴러다닙니다.



이 영화는 ‘첫사랑찾기 사무소’라는 기발한 사업에 뛰어든 한기준이라는 남자와 의뢰인 서지우라는 여자의 이야기에요. 제목의 김종욱은 그녀의 첫사랑이죠. 이 영화, 그렇지 않아도 너무 깔끔 떨어서 웃을 부분이 적은데 내용까지 다 이야기 하면 재미없겠죠. 시간 아까울 정도는 아니지만 솔로 혼자 영화관에서 보기엔 좀 뻔한 연애스토리라 당시에는 리뷰 쓸 마음이 없었지요. 본지 한 달도 넘어서 게으르게 몇 자 적어요.



얼마 전에 강남에 갔다가 [데스티니]란 이름의 호텔을 보고 피식 웃었어요. 영화 보면 압니다. 친구에게 인도가서 수염 기른 남자와 키스하고 싶어지는 영화라고 했어요. 인도 장면이 꽤나 인상적인 영화거든요. 주인공이 첫사랑을 간직하고 있는 그 장면이 예쁜 게 당연하죠. 예쁘고 꺼내 볼 만하지 않다면 그건 아직 간직하는 게 아니겠죠. 그냥 앓고 있는 겁니다. 지우는 최고로 아름답게 간직하기를 원했고, 자신의 선택에 그다지 후회도 없는 듯 보여요. 일본 공항에서 기준과 지우가 마주치는 장면이 있는데 나는 이때, 당신은 첫사랑을 다시 만나면 어떨까?라고 질문을 받은 기분이었어요. 첫사랑을 다시 만나면 어떨까요. 기준의 매형은 처음만나는 사랑이 첫사랑이 아니다라는 명대사를 남깁니다. 지금 뜨겁게 새로운 사랑에 빠진대도 추억 속에는 못내 그리운 첫사랑의 조각이 남아있지 않을 까요? 내 기억속의 사랑을 다시 만나면요? 난 그 조각이 시간으로 정교하게 다듬어진 예술품인지 오랫동안 물을 줘 키운 식물의 가지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겠어요.



아는 분이 사람이 살아가면서 누릴 수 있는 기쁨이란 게 사실 그다지 많지 않다고 했어요. 마음껏 사랑하고 마음껏 누려야 한다고 했지요. 그녀의 뜨겁고 강렬한 사랑이, 또 그녀의 당당함이 굉장히 존경스러워요. (몰래 뒷담화) 나는 언젠가 그런 상대를 만나게 될까 조바심을 내 보면서도, 새로운 사람을 만날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자주 추억을 꺼내 들곤 했죠. 그래서 그 분이 권한 책이 에밀리 브론테의 [추억]이라는 소설이었어요. 단 한순간의 추억을 간직하고 평생을 살아갈 수도 있다는 구절이 있다네요. 아직 읽지 않았어요. 내게도 과거형이 아닌 뜨거운 현재의 사랑이 생겨서 확신 할 수 있게 되면 그 소설을 읽겠습니다. 오래 첫사랑을 앓았던 까닭입니다. 자칫 미화된 거짓추억에 매달려 과거지향이 되어버릴까 겁이 나거든요.

2011.01.24. am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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