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면 늘 고독하고 한편 즐거운 기분일 들었는데, 오늘은 외롭고 한편 슬픈 기분이 든다. 그런 날도 있지.
태풍이 북상하고 있다. 요즘은 매일 빗방울이 굵고 쏟아 붓는 비가 내린다. 우울한 기분을 날씨 탓으로 돌릴 것도 아니다. 오히려 내리는 비는 위로가 되었다. 견디고 있었다. 기억에서 지웠던 과거의 나쁜 경험들이 비슷한 상황에 놓이자 매우 선명하게 재생되었다. 자신과 타인에 대한 콩알 만한 믿음이 달아났다. 나는 후회하고 싶지 않은데 누군가 나에게 반성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해서 말하고 강요한다. 착한 사람을 아프게 하면 나는 나쁜 사람인가. 나도 착한 사람이라고 우기지만 근거가 없다. 나는 아프고 불안하면 아무일도 하지 않는다. 앓아야하고 울어야하고 침울해있어야 하며 멈추어야 한다. 그래서 끼적이고 있는 지금은 훨씬 나아졌다고 생각 할 수 있다.
트윗에서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외치고, 그들도 계속 외치고 결국 아무도 듣거나 대답하지 않는다. 나도 외칠 뿐 대답하지 않았다. 결국 비속을 뚫고 혼자 달렸다. 비는 강약으로 박자를 가지고 내렸다. 심하게 쏟아지는 비를 피할 만한 곳이 많았다. 비오는 날엔 우산이 꼭 있어야 했지만, 파라솔처럼 큰 우산이 있어야 자전거까지 비를 맞지 않았을 것이다. 아꼈던 나의 첫 자전거는 이제 녹슬고 마디가 닳는 소리가 난다. 부품이 조금씩 어그러져 있다. 아무튼 이 자전거와 비를 맞았다. 불빛이 번지고 나는 숨이 가빴다.
3시간 30분의 오기였다.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것들을 했다. 꼭 해보겠다고 마음 먹었던 것들도 했다. 다정한 비와, 축축한 나와, 유쾌한 낙숫물과 나를 비롯한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 사람들. 컵라면과 훈제 달걀두개, 비타민 워터. 여의도가 갑자기 멀어졌다. 힘들어서 이제 안 되겠다. 버릇이 된 긴 잠을 자야겠다. 좋든 나쁘든 변화는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하지만 변덕은 아니니 이제, 정말 긴 잠을 자야겠다. 눈뜨면 내일은 더 억수로 퍼부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큰 우산을 들고 거리를 껑충거리며 가로지르고 싶다.
자주 듣는 노래 몇 곡이 반복 재생된다. 나의 조용하고 따뜻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시간이 아주 조금 더 필요한 거 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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